8월 21일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이사장 김보미)이 주최한 ‘생명존중 및 정책 토론회’
통합돌봄의 완성은 ‘사람’이다…발굴에서 회복과 생명존중까지
1. 고위험 노인 1,200명에 방문간호사 3명…발굴 이후가 문제다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대한민국에서 통합돌봄은 더 이상 선택적인 복지사업이 아니다. 질병과 노쇠, 장애로 일상생활이 어려워진 국민이 병원이나 시설에만 의존하지 않고, 자신이 살아온 지역과 집에서 존엄한 삶을 이어가기 위한 필수적인 사회 안전망이다.
지난 8월 21일 대한인식생명교육 사회적협동조합(KALAPE·이사장 김보미)이 주최한 ‘생명존중 및 정책 토론회’에서는 통합돌봄과 자살·고독사 예방의 현실적인 과제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강진유· 임서영 박사, 지현서 교육총괄이사를 비롯한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참여해 약 3시간 동안 현장의 문제와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고위험 노인 1,200명을 방문간호사 3명이 담당하고 있다는 발표는 통합돌봄의 현주소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찾아내는 인력과 제도는 확대되고 있지만, 발굴된 대상자에게 실제 의료·간호·생활지원 서비스를 제공할 ‘손발’이 부족한 것이다. 대상자를 찾아 놓고도 지원이 늦어진다면 통합돌봄은 명단 관리에 머물 수밖에 없다. 발굴은 돌봄의 시작일 뿐, 생명존중은 필요한 도움이 당사자에게 도착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2. 기계가 위험을 알릴 수는 있어도 외로움을 돌볼 수는 없다
토론회에서는 전문 인력 양성과 재정 확보가 핵심 과제로 제시됐다. 65세 이상 노인과 장애인, 퇴원 후 관리가 필요한 환자에게는 의료·간호·복지·정신건강을 함께 이해하고 조정할 수 있는 통합 관리자가 필요하다. 이에 ‘건강코치’와 ‘통합 관리자’ 같은 전문 역할을 신설하고 체계적인 인증과정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AI 돌봄 로봇과 움직임 감지기, 복약 알림, 스마트폰 경보시스템도 의미 있는 보조 수단이다. 실제로 일정 시간 움직임이 없을 때 보호자에게 알리는 장치는 응급상황을 조기에 발견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인터넷과 전력이 불안정하거나 장비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기술은 작동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계는 위험 신호를 감지할 수는 있어도 한 사람의 외로움과 절망까지 온전히 살펴줄 수 없다.
고독사와 자살 위험은 단순히 혼자 사는 데서 발생하지 않는다. 관계의 단절, 만성질환, 경제적 어려움, 우울과 무력감이 겹치면서 커진다. 따라서 통합돌봄은 장비 설치를 넘어 정기적인 방문과 대화, 식사 확인, 복약 관리, 건강운동, 이웃 관계 회복까지 연결돼야 한다. 토론회에서 제안된 지역 기반의 ‘친구·벗 만들기 시스템’과 저녁 건강 근력운동 교실은 돌봄을 생활 속 관계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3. 치료 이후의 삶까지 돌보는 ‘생활 속 통합돌봄’으로
2026년 3월 27일부터 지역사회 통합돌봄이 전국적으로 시행되면서 제도의 기본 틀은 마련됐다. 그러나 제도의 성패는 예산과 인력, 지역 의료기관과 약사회·복지기관·민간단체·자원봉사 조직을 얼마나 촘촘히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업의 사회공헌과 민간 협력도 필요하지만, 기본적인 돌봄 책임을 불안정한 후원과 봉사에만 의존해서는 안 된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충분한 전문인력과 지속 가능한 재정을 우선 확보해야 한다.
라이프코드50이 바라보는 통합돌봄 역시 단순한 질병 관리에 머물지 않는다. 병원 치료를 존중하고 필요한 의료서비스와 연결하는 동시에, 식사·수면·햇빛·걷기·호흡·근력·사회적 관계와 같은 일상의 회복 조건을 함께 살펴야 한다. 특히 5070세대에게는 아픈 뒤의 처치 뿐 아니라 노쇠와 고립이 깊어지기 전에 생활 리듬을 다시 세우는 예방적 지원이 중요하다.
통합돌봄의 목표는 서비스를 몇 건 제공을 했는가가 아니다. 한 사람이 살던 곳에서 안전하게 식사하고, 움직이고, 잠들며, 누군가와 연결된 삶을 이어가게 하는 것이다. 생명 존중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오늘 식사는 하셨습니까?”, “약은 드셨습니까?”, “함께 걸으실까요?”라고 묻는 작은 실천에서 시작된다. 이제 통합돌봄은 사람을 찾아내는 정책을 넘어, 그 사람의 회복과 존엄한 일상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정책으로 나아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