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어르신이 4천여 명에 이르는 기관에서, 근로 시작 전 안전수칙을 전원에게 제때 전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제주시니어클럽은 이 과제를 시니어기관 전용 AI 케어 자동화 솔루션 '온다정'으로 풀었다. 솔루션을 만든 곳은 전화 기반 인공지능 에이전트 기업 퓨어프롬프트다.
제주시니어클럽은 전국 시니어클럽 중 처음으로 온다정을 도입해, 폭염 기간 노인일자리 참여 어르신에게 근로 시작 전 안전안내전화를 발신했다. 발신 시점을 근로 직전으로 맞춘 것이 특징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지난 9일 관계 부처, 지방정부와 폭염 재난 대응 회의를 열고 고령농업인과 야외근로자 등 취약계층의 안전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보건복지부에는 폭염특보 발효지역 고위험군 어르신의 안부 확인과 경로당 관리를 당부했다. 온열질환에 취약한 고령층에게 근로 전 사전 안내의 필요성이 큰 이유다. 폭염 특보가 반복되는 여름철에는 짧은 안내 한 통이 온열질환을 막는 첫 관문이 되기도 한다.
■ 사람이 감당하기 어려운 규모
직원이 4천여 명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 같은 안내를 반복하는 일은 시간과 인력 모두에서 현실적으로 어렵다. 온다정은 정해진 시간에 다수 대상자에게 동일한 안내를 일괄 발신해 이 공백을 메운다. 참여자 규모가 커질수록 사람이 직접 처리하는 방식의 한계는 분명해진다.
안내에는 충분한 수분 섭취, 폭염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어지럼증과 두통, 메스꺼움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작업을 멈추고 담당자에게 연락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어르신은 앱 설치나 기기 조작 없이 전화를 받기만 하면 돼, 디지털 접근성 문제도 비켜간다. 안내 문구는 짧고 반복 청취가 쉽게 구성돼, 여러 번 들어도 부담이 적다. 기관 직원이 참여자에게 하나씩 전화를 돌리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 같은 안내가 전달된다는 점도 현장 부담을 크게 낮춘다.
■ 놓치는 연락을 줄이는 구조
온다정의 또 다른 축은 전화 관리의 통합이다. 기관이 거는 전화와 어르신이 거는 전화가 한 시스템에서 다뤄진다. 어르신이 대표번호로 전화하면 지정 담당자에게 연결되고, 담당자가 받지 못해도 부재중 기록과 이력이 남는다.
퓨어프롬프트는 이 구조가 담당자 부재나 통화 중에 생기는 연락 누락을 줄이고, 어르신이 같은 내용을 여러 직원에게 반복 설명하는 상황을 줄인다고 설명했다. 기관은 남은 기록을 바탕으로 후속 연락을 이어간다. 담당자가 통화를 놓쳐도 이력이 보존되므로 확인 후 회신이 가능하다.
■ 기술이 사람의 시간을 돌려준다
퓨어프롬프트는 온다정에 대화 맥락을 이해하는 AI를 단계적으로 더할 계획이다. 통화 음성을 텍스트로 옮겨 요청사항과 핵심을 요약하고, 건강 이상이나 안전사고 가능성, 지원 요청 등을 분류해 우선 확인할 연락을 가려내는 기능이 준비된다. 나아가 이전 통화와 연락 이력을 함께 분석해 후속 연락이 필요한 대상과 업무를 담당자에게 제시하는 기능도 향후 적용될 예정이다.
다만 회사는 이 기능이 어르신을 대신해 판단하거나 상담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직원의 확인과 기록을 돕는 것이라는 선을 분명히 한다. 건강과 안전의 최종 판단은 사람이 맡는다. 반복 업무를 기술이 덜어 주는 만큼, 직원은 실제 문제 파악과 지원에 시간을 더 쓸 수 있다. 이는 돌봄의 총량을 줄이지 않으면서, 사람이 꼭 해야 할 일에 집중하도록 돕는 방식이다. AI가 통화의 맥락을 정리해 담당자에게 넘기면, 사람은 판단과 공감이 필요한 영역에 더 오래 머물 수 있다.
■ 남는 것은 돌봄의 밀도
김효의 제주시니어클럽 관장은 "직원이 4천여 명에게 일일이 전화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온다정으로 필요한 시간에 안전전화를 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화 퓨어프롬프트 대표는 "반복 전화업무와 연락 누락을 줄여 직원들이 후속 대응과 어르신 지원에 시간을 더 쓰도록 온다정을 고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온다정은 폭염과 한파, 태풍 등 재난안전 안내는 물론 근로 일정 변경, 교육, 출근 확인 등 반복 전화업무에 두루 쓰인다. 퓨어프롬프트는 전화와 대화의 맥락을 AI로 이해해 필요한 업무와 다음 행동으로 잇는 응용 AI 기업으로, 온다정을 비롯한 전화 기반 AI 서비스를 개발,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기업과 기관의 대화 데이터를 업무로 연결하는 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이번 제주 사례는 익숙한 전화를 매개로 시니어 돌봄에 AI를 접목한 초기 모델로 평가된다. 기술의 존재감을 앞세우기보다 어르신의 일상 습관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접근이라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