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그린벨트를 해제해 수만 가구의 신규 주택 공급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정책은 단기적인 집값 안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린벨트 해제 이후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기까지 약 10년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토지 이용 규제 해제부터 보상, 인허가, 기반시설 조성, 분양, 준공에 이르는 과정이 길게 이어지면서 시장이 요구하는 즉시 입주 가능한 주택 공급과는 큰 시차가 발생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까지 서울에서 지정된 택지 면적 대비 실제 주택 공급 면적은 현저히 적었다. 경인 지역에서는 수천에서 수만㎡ 단위로 신규 택지가 지정되고 공급됐지만 서울 도심에서는 공급 규모가 거의 미미했다.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 연속 공급 면적이 0㎡였고, 2025년에도 지정 면적 42만6000㎡에 공급은 1만9000㎡에 불과했다. 이처럼 도심 핵심지역의 신축 주택 공급이 부족한 점은 직주근접성, 교통, 학군, 생활 인프라를 중시하는 수요자의 요구와 맞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수도권 집값 상승의 주요 원인은 절대적인 주택 부족이 아니다. 도심 핵심 입지에서의 신축 주택 공급 부족이 집값을 견인하고 있다. 외곽에 신규 택지가 조성되어도 10년 이상의 시차로 입주가 이뤄지기 때문에 현재 집을 구하려는 실수요자의 불안을 해소하기 어렵다. 발표된 공급 계획이 시장 심리를 장기간 안정시키는 데 한계가 있음을 과거 3기 신도시 및 보금자리주택 사업 사례가 보여준다. 이들 사업은 초기 기대감이 있었으나 지연과 일정 변경, 계약 포기 사례가 반복되면서 공급 기대감이 희미해지고 대기 수요가 다시 기존 주택시장으로 돌아갔다.
그린벨트 해제 지역은 대부분 서울 외곽 또는 수도권 주변부에 위치한다. 반면 수요는 강남 등 도심 주요 업무지구로 집중되어 있다. 외곽 주택 공급은 외곽 수요를 일부 흡수할 수 있지만 도심 핵심지 수요를 대체하지 못한다.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저렴한 외곽 주택을 공급하더라도 고소득층과 자산가가 선호하는 도심 신축 주택 수요와는 별개 시장으로 분리되어 있다. 오히려 외곽 공급 확대는 도심 신축 주택의 희소성을 부각시키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크다.
그린벨트 해제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조 원 규모 토지 보상금도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미친다. 보상금 중 상당 부분이 대체 토지 구입이나 인근 아파트 매입에 사용되면서 ‘대토 수요’가 형성되고, 이는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며 가격 상승을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보상금 일부를 채권으로 지급하는 방안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채권 보상에 대한 반발과 소송 등으로 인해 현금 보상 비중을 일정 수준 유지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보상금이 시장에 빠르게 유입되는 구조는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수도권 외곽 신규 주택 공급은 장기적으로 국가균형발전 정책과도 충돌할 수 있다. 수도권 일극체제를 강화하고 지방 인구 감소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외곽 택지 조성으로 장거리 출퇴근이 불가피해지면서 광역교통망 완공 전까지 교통 체증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할 우려가 있다. 그린벨트가 도시의 탄소흡수원 역할을 하는 점을 고려할 때 훼손 시 도시 열섬 현상과 재해 위험이 커지는 환경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정부가 그린벨트 해제 카드를 반복하는 이유는 대규모 공급 계획을 비교적 쉽게 제시할 수 있고 공급 의지를 보여주는 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장은 단순한 공급 수치보다 실제 입주 가능한 주택 공급 시점과 입지를 중요하게 판단한다. 재건축·재개발 규제와 사업성 문제로 도심 신축 공급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외곽 공급만 확대하는 것은 수요와 공급 불균형을 해소하지 못한다.
집값 안정 방안은 공급의 양적 확대보다 공급의 질과 속도에 있다. 도심 정비사업 기간 단축, 재건축·재개발 불확실성 완화,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실질적으로 입주 가능한 주택 신속 공급이 필요하다. 공급은 계획 발표가 아니라 시장에 체감되는 시점에 완성되어야 가격 안정 효과가 나타난다.
시장은 단순한 공급 발표에 반응하는 단계를 넘었다. 현재 중요한 것은 언제, 어디서, 어떤 주택이 실제로 공급되는지에 대한 신뢰다. 그린벨트 해제만으로는 집값 안정이 어렵고, 시장이 바라는 것은 10년 후 청사진이 아닌 현재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도심 내 실질적 주택 공급 확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