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변두리와 인접 경기 지역의 집값 상승세가 강남권과 한강 벨트보다 더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6월 27일 정부가 발표한 대출 규제가 서울 집값 흐름에 큰 변화를 불러왔기 때문이다. 당시 대출은 일괄적으로 6억원까지만 허용됐고, 10월 15일 추가 대책에서는 주택 가격 구간별로 대출 한도를 차등화했다. 15억원 미만은 6억원, 15억~25억원은 4억원, 25억원 이상은 2억원으로 제한했다. 이로 인해 수요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낮은 서울 변두리와 경기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의 집값이 크게 올랐다.
서울 변두리와 경기 지역 집값 상승은 대출 규제뿐만 아니라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토허제) 정책에도 크게 영향을 받았다. 정부는 갭투자(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투자)를 막기 위해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 제도는 전세를 끼고 매매하는 거래를 제한한다. 결과적으로 전세 물량이 급감하며 전세 가격이 크게 뛰었고, 월세 역시 덩달아 상승했다.
이 같은 상황은 직장인들의 주거 선택에도 변화를 줬다. 예를 들어 마포에 살던 직장인이 10억원짜리 주택에 5억원 전세를 끼고 거주하던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이 직장인은 더 먼 서울 변두리나 경기권에서 거주지를 찾거나, 앞으로도 오를 것으로 예상해 직접 주택을 구매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이런 변화는 정부 정책의 영향이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다. 다만 이 과정에서 직주근접성이 떨어지는 ‘비자발적’ 주택 구매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30대의 주택 매수 비중이 급증했다는 점이다. 전체 아파트 매수자의 40~45%가 30대라는 통계가 이를 보여준다. 이들은 대출 규제와 집값 상승으로 인해 전월세 시장에서 불안감을 느끼며 주택 구매로 선회하는 경향을 보인다. 동시에 매매·전세·월세 가격이 모두 상승하는 ‘트리플 상승’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과거 정부들은 부동산 가격 상승기에 주로 매매가 억제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쳤다. 초강력 대출 규제, 세금 인상, 규제지역 지정 등이 대표적이다. 공급 대책도 주로 신도시 계획과 부지 확보에 치중했다. 하지만 실제 공급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10~15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가격 안정에는 한계가 있었다.
현 정부는 이전과 달리 정책 운신의 폭이 넓다. 지금 부동산 시장 문제의 상당 부분이 정책에 따른 ‘풍선효과’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대출 차등화와 토지거래허가제가 서울 변두리 및 인근 경기 지역의 집값과 전월세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러한 정책 부작용을 조정하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 완화를 통해 전월세 공급을 늘리는 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현재 전월세 공급 감소는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강화와 인센티브 제도 변화가 주요 원인 중 하나다. 규제를 완화하면 전월세 공급이 확대되고, 이에 따라 서울 변두리 지역에서 발생하는 패닉 바잉(공황적 매수)과 30대 젊은 층의 주거 불안도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2024년 12월 3일 발생한 부동산 시장 불안 사태 이후 일부 30대 매수자들은 정부 정책 변화를 예측해 즉시 주택 구매에 나섰다. 한 부동산 담당 기자는 “진보 정부가 집권하면 대출 규제가 강화되고 집값이 급등할 것이라는 판단에 2025년 6월 중순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며칠 뒤 발표된 6·27 대출 규제 이후 시장 변화를 예견한 셈이 됐다.
이처럼 정책 변화가 시장 참여자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따라서 부동산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책의 설계와 시행 과정에서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전월세 공급 확대와 대출 규제 완화가 맞물리면 서울 변두리와 경기 지역 주택 시장의 불안 요인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