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고등법원이 성별을 제한한 채용공고와 관련해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진정기각결정을 취소했다.
서울고등법원 제4-2행정부는 2026년 8월 26일 진정기각결정 취소 청구 사건에서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2025년 1월 21일 원고에게 한 진정기각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소송총비용도 피고인 국가인권위원회가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사건에서는 채용공고에 성별을 특정한 것이 국가인권위원회법상 고용 관련 차별행위에 해당하는지와 국가인권위가 관련 사실관계 및 법령을 적절하게 판단했는지가 주요 쟁점으로 다뤄졌다.
■ 여성으로 제한된 모집공고 확인 후 진정
판결문에 따르면 원고는 2024년 8월 피진정회사가 게시한 채용공고에서 모집대상이 여성으로 제한된 내용을 확인한 뒤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건 자료에는 여성으로 지원대상을 제한한 공고뿐 아니라 이후 다른 시기에 남성으로 모집대상을 제한한 채용공고가 존재했던 사실도 나타난다.
국가인권위는 조사 과정에서 피진정회사 측의 설명 등을 검토한 뒤 해당 채용공고가 성별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정을 기각했다.
피진정회사 측은 문제된 성별 제한이 채용담당자의 공고 작성 과정에서 발생한 착오 또는 실수였다는 취지로 설명한 것으로 판결문에 기재돼 있다.
■ 법원, 성별 제한이 실제 지원 기회에 미친 영향 살펴
서울고법은 항소심에서 공고 작성자의 의도뿐 아니라 실제로 게시된 채용공고의 내용과 그로 인해 발생한 결과를 함께 살폈다.
문제된 공고는 모집대상을 여성으로 제한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남성이 해당 채용절차에 참여할 기회를 제한받는 효과가 발생한 점이 판단 과정에서 고려됐다.
법원은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성별 등을 이유로 고용과 관련해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차별행위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을 전제로 사건을 판단했다.
아울러 해당 업무의 성격이나 채용조건을 고려할 때 모집대상을 특정 성별로 제한해야 할 합리적인 이유가 있었는지도 검토했다.
■ 착오·실수 설명과 별개로 객관적인 공고 내용 검토
항소심에서는 피진정회사 측이 제시한 착오 또는 실수라는 설명도 검토됐다.
서울고법은 이러한 설명과 함께 실제 채용공고가 어떤 상태로 게시됐는지, 특정 성별 지원자에게 어떤 제한 효과가 나타났는지, 성별 제한에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폈다.
또 사건 전후 다른 성별 제한 채용공고도 전체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자료로 검토됐다.
법원은 관련 사정을 종합한 결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결정에 사실오인이 있고 차별행위 관련 법령의 해석·적용 과정에도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 1심 판결과 국가인권위 처분 모두 취소
서울고법은 원고의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던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결정도 취소했다.
이번 판결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진정기각이라는 행정처분의 적법성을 판단한 행정소송 판결이다.
따라서 이번 판결만으로 피진정회사의 별도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나 형사책임까지 확정됐다고 볼 수는 없으며, 해당 책임 여부는 별도의 절차에서 판단될 사안이다.
원고는 “이번 사건은 단순히 채용공고 하나의 성별 표시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기관이 제출된 자료를 어떻게 조사하고 사실관계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실수라는 설명만을 받아들이기보다 실제 경위와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인한 뒤 법률에 따라 차별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