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쇠퇴와 철도 리더십 혁신 전략 분석

한국 철도는 역세권 개발 중심 20세기 패러다임에 머물러 있다

자율주행과 초고속 네트워크 결합한 '문에서 문까지' 시스템 필요

2035년 국민 평균 도달시간 경쟁 국가 비전 제시

한국 철도는 여전히 역을 중심으로 도시를 설계하는 일본형 20세기 모델에 갇혀 있다. 역세권 개발을 핵심으로 삼아 고밀 복합도시를 조성하는 정책을 추진하지만, 외곽에 위치한 KTX·SRT 역 이용객들은 대부분 자동차를 이용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다. 이로 인해 철도는 자동차 의존을 줄이지 못하고 오히려 주차 문제를 유발하는 모순에 직면했다.

 

일본은 철도를 국가의 핵심 동맥으로 삼아 민영철도와 부동산·상업 연계가 조화를 이루며 역 주변이 곧 도시가 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했다. 도쿄권에서 철도의 분담률이 30%를 넘으며 도보와 자전거가 뒤를 잇는 반면, 한국은 고속도로와 자동차 중심 산업화가 진행돼 전국 철도 분담률이 낮은 편이다. 서울 지하철은 세계적 수준이나 지방과 외곽 지역은 여전히 도로 교통이 지배적이다.

 

철도 비즈니스 리더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미션은 역 중심 도시 건설이 아닌, 자율주행과 초고속 네트워크가 결합된 '문에서 문까지(Door-to-Door)' 국가 이동 수단 생태계의 중추 역할 재정의다. 역은 많은 노드 중 하나일 뿐 도시 자체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을 목적지까지 가장 적은 마찰로 이동시키는 시스템 구축이 핵심 과제다.

 

미래 교통은 선형 인프라 시대를 넘어 네트워크와 서비스 시대로 진화한다. 자율주행차와 공유 모빌리티가 보편화되면서 역까지 이동하는 거리의 가치가 재평가될 전망이다. 고속철도와 하이퍼튜브는 소수 거점 중심 운영이 효율적이며,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원격근무, AI 수요 예측이 고정된 출퇴근 패턴을 변화시키고 있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 현상도 역세권에 도시를 집중하는 전략을 약화시키고 있다.

 

철도 비즈니스의 핵심 가치는 연결성, 유연성, 속도의 진실, 자산 책임이라는 네 가지다. 철도는 자율주행, 버스, UAM, 물류 드론, 하이퍼튜브 등 다른 이동 수단과 끊김 없이 연결돼야 하며, 고정된 시각표와 역만으로는 수요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이용자의 문 앞부터 문 앞까지 실제 시간을 줄이는 속도가 중요하며, 기존 역과 구도심 자산을 방치하지 않고 재활용해야 한다.

 

2035년 비전은 역 개수가 아닌 국민의 평균 도달 시간을 기준으로 국가 경쟁력을 평가하는 것이다. 철도는 대량 수송과 초고속 축 역할을 담당하고, 자율주행은 마지막 구간을 책임져 두 시스템이 하나의 예약, 결제, 배차 체계로 연동된다. 성공 지표는 역세권 분양률이 아니라 도달 시간과 환승 마찰, 지방 접근성 개선에 집중한다.

 

지금 철도 리더들은 정차역 정치를 수요와 속도, 손실 원칙으로 대체해야 한다. 지자체의 역 유치 경쟁이 네트워크 전체 속도를 저해하지 않도록 신규 정차에 따른 투자비, 운영 손실, 이용자 시간 가치 하락을 함께 평가하고 부담을 분담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 역세권을 단순 주거 공급지가 아닌 멀티모달 환승 허브와 원격근무 거점으로 재설계하며, 개발 이익은 철도 이용 증대와 연계 서비스 수익으로 환원해야 한다.

 

또한 철도 운영사와 건설 주체는 열차 좌석 판매에 그치지 않고 자율주행 셔틀, 수요응답형 버스, 주차 등 최종 구간 이동 수단을 묶은 통합 이동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철도의 경쟁 상대는 다른 열차가 아니라, 문 앞에서 출발하는 자율주행 서비스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초고속 교통은 소수 거점에 집중하고 수도권 광역철도는 통근 밀도 향상에 주력하며, 도로는 철도의 경쟁 상대가 아닌 마지막 구간을 담당하는 파트너로 재설계해야 한다. 고속도로의 디지털화, 자율주행 친화적 인프라는 철도 투자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 역할을 한다.

 

신규 노선 평가 기준도 역 개수에서 네트워크 민첩성으로 바꿔야 한다. 빠르고 유연하게 연결하는 능력을 최우선으로 삼고, 수십조 원 규모의 GTX, 고속선, 지하화 사업과 자율주행 연계, 수요응답형 대중교통, 하이퍼튜브 거점, 물류 자동화에 투입했을 때의 국가 생산성 차이를 고려하지 않는 투자는 리더십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철도는 여전히 대량 수송, 정시성, 저탄소 교통수단으로서 대체 불가능한 역할을 맡는다. 그러나 도시를 역 주변에 묶어두는 닻이 아니라 국가 이동성 생태계의 척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일본 철도의 성공을 존중하지만, 21세기 한국 철도는 일본 모델을 그대로 복제하는 데서 벗어나 도로의 유연성 자산을 함께 살려야 한다. 특이점 시대의 승자는 가장 많은 역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가장 적은 마찰로 목적지에 도달하는 나라가 될 것이다.

 

배재우 스토리월드컨설팅 대표는 철도 비즈니스 리더에게 "당신은 역을 팔고 있는가, 도달 시간을 팔고 있는가"라고 질문하며, 이 답을 찾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가 국가 미래 선택지를 좁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작성 2026.09.01 10:34 수정 2026.09.0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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