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소멸 해법을 찾아서] “청년이 떠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지방소멸의 시작은 ‘좋은 일자리’ 부족

취업 위해 수도권으로 향하는 청년들… ‘일자리→인구유출→지역경제 위축’ 악순환

단순 기업 유치 넘어 임금·성장 가능성·정주환경 갖춘 ‘좋은 일자리’ 만들어야

[사진: 좋은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향하는 청년과 인구가 줄어드는 지역의 현실을 대비해 지방소멸의 핵심 과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챗gpt 생성]

지방소멸을 이야기할 때 흔히 출산율과 고령화를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지역 현장에서 더 직접적으로 체감되는 문제는 청년이 떠난다는 데 있다. 대학 진학을 위해 고향을 떠나고, 졸업 후에는 취업을 위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한번 떠난 청년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청년이 빠져나간 지역은 결혼과 출산 가능 인구가 감소하고 소비와 창업도 줄어든다. 결국 지방소멸의 출발점에는 ‘청년이 머물 수 있는 좋은 일자리의 부족’이라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 잡고 있다.

 

청년들이 수도권을 선택하는 이유를 단순히 서울의 문화생활이나 편리함 때문이라고만 설명하기는 어렵다. 취업 기회의 양과 질, 임금 수준, 경력 개발 가능성, 직업 선택의 다양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지역에도 일자리는 있지만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지역에서 공급되는 일자리 사이에 간극이 존재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청년에게 일자리는 단순히 매달 월급을 받는 수단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경력을 쌓을 수 있는지, 이직이나 승진의 기회가 있는지, 자신의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지가 직장을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지역에 일자리가 있더라도 낮은 임금과 제한적인 경력 개발, 부족한 기업 선택지가 이어진다면 청년에게 장기 정착을 요구하기 어렵다.

 

문제는 청년 한 명의 이동이 한 사람의 감소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청년이 떠나면 지역의 소비가 줄고 상권이 위축된다. 학교의 학생 수가 감소하고 대중교통과 문화시설 이용자도 줄어든다. 기업은 필요한 인력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투자를 축소하거나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상황까지 발생할 수 있다.

 

‘청년 유출→기업의 인력난→지역경제 위축→일자리 감소→추가 청년 유출’이라는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지방소멸 정책도 단순한 인구 늘리기에서 ‘청년이 떠나지 않아도 되는 지역 만들기’로 방향을 바꿀 필요가 있다. 몇 년간 현금을 지원하거나 주거비를 보조하는 정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청년이 지역에서 10년, 20년 동안 자신의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산업과 일자리의 기반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첫 번째 해법은 지역별 특화산업을 키우는 것이다. 모든 지방도시가 반도체나 바이오, 인공지능 산업을 유치할 수는 없다. 농업지역은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 관광지역은 관광콘텐츠와 숙박·레저산업, 제조업 기반 지역은 첨단 제조와 스마트공장 등 기존 자원과 산업을 활용한 차별화가 필요하다. 지역의 강점을 기반으로 기업과 인재가 함께 성장하는 산업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두 번째는 지방대학과 지역기업의 연결이다. 지역에서 대학을 졸업한 청년이 취업할 기업을 찾지 못해 수도권으로 이동한다면 지방대학 육성정책과 지방소멸정책은 따로 갈 수 없다. 대학 교육과 기업이 요구하는 직무를 연계하고, 재학 중 현장실습과 인턴십을 거쳐 졸업 후 지역기업 취업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필요하다.

 

세 번째는 청년 창업을 지역 일자리 정책의 핵심으로 끌어올리는 것이다. 지역에는 농식품, 관광, 문화, 전통시장, 빈집 등 활용 가능한 자원이 적지 않다. 청년이 이를 새로운 사업으로 연결하도록 창업공간과 자금뿐 아니라 판로, 마케팅, 경영교육, 투자까지 장기간 지원해야 한다. 한 명의 청년 창업가가 성장하면 또 다른 청년을 고용하는 지역기업으로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유치 정책 역시 달라져야 한다. 공장이나 사업장 하나를 지방으로 이전했다고 지방소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지역에 정착하고 직원들이 가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와 교육, 의료, 교통, 문화환경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 ‘직장은 지방에 있지만 가족은 수도권에 사는’ 구조가 계속된다면 실질적인 인구 정착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지방소멸의 핵심은 숫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몇 명을 전입시켰느냐보다 지역에 온 사람이 왜 머물고, 어떻게 일하며,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지방에 청년이 없는 것이 아니라 청년이 머물 이유가 부족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좋은 일자리가 생기면 청년이 머물고, 청년이 머물면 소비와 창업이 살아나며, 기업은 다시 사람을 찾아 지역으로 들어올 수 있다. 여기에 교육과 주거, 의료, 문화가 더해지면 지역은 단순히 ‘지원받는 곳’이 아니라 ‘선택받는 곳’으로 변할 수 있다.

 

지방소멸을 막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은 청년에게 고향을 지키라고 호소하는 것이 아니다. 떠나지 않아도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선택지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결국 지역의 미래는 청년에게 “왜 떠나느냐”고 묻는 데서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왜 머물고 싶은가”에 답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삶의 조건을 만드는 데 달려 있다.

 

 

 

이기남 정기자 기자 ds3huy@kakao.com
작성 2026.08.27 14:58 수정 2026.08.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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