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헌숙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도 크게 다르지 않다.
먼저 몸을 살펴야 한다. 긴 폭염을 견딘 몸은 생각보다 지쳐 있다. 밤낮의 기온 차가 조금씩 커지는 시기에는 수면과 식사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무리한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 계절이 바뀔 때 몸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생활을 정리하는 일이다.
입추를 작은 결산의 시점으로 삼아도 좋다. 올해 초 세웠던 계획 가운데 무엇을 이루었는지 살펴보고 더 이상 의미가 없는 계획은 내려놓는다. 남은 몇 달 동안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다시 추려본다.
세 번째는 비우는 일이다.
옛사람들이 계절이 바뀔 때 집과 살림을 정돈했듯 우리에게도 불필요한 것을 덜어내는 시간이 필요하다. 쓰지 않는 물건을 정리하고 미뤄둔 일을 끝내고 필요 이상으로 붙잡고 있는 관계와 걱정도 돌아볼 때다. 그리고 하나를 더 준비해야 한다.
마음의 속도다.
여름은 밖으로 뻗어나가는 계절이다. 여행하고 움직이고 사람을 만나며 활동이 많아진다. 가을은 조금 다르다. 거둬들이고 살피고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난다.
입추는 그 두 계절 사이에 있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갑작스럽게 삶을 바꾸는 일이 아니다. 속도를 조금 낮추고 자신의 방향을 확인하는 것이다.
옛사람들은 절기를 통해 자연의 시간을 읽었다. 언제 씨를 뿌리고 언제 기다리며 언제 거두어야 하는지를 알았다. 자연보다 앞서가려 하지 않았고 때가 왔을 때 해야 할 일을 했다.
우리는 자연의 시간에서 많이 멀어졌다. 계절과 관계없이 같은 공간에서 일하고 밤에도 낮처럼 생활한다. 하지만 몸과 마음까지 계절을 잊은 것은 아니다.
입추가 왔다.
이제 무엇을 더 시작할 것인가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
무엇을 거둘 것인지, 무엇을 남길 것인지, 무엇을 내려놓을 것인지 살펴볼 시간이다.
가을은 어느 날 갑자기 우리 앞에 도착하지 않는다. 아직 뜨거운 여름 속에서 조금씩 시작된다.
입추를 맞는다는 것은 바로 그 작은 변화를 알아보고 다음 계절을 준비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