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부산 등 찜통더위에 경기 취소·지연 속출… '열대야'에 시간 변경도 무용지물 "명확한 기준 없어" 사령탑들 쓴소리 속 온열질환 속출… "원정 팬 배려 아쉬워" 목소리도
장마가 물러간 자리에 찾아온 '역대급 폭염'이 프로야구 그라운드를 집어삼켰다. 창원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경기가 이틀 연속 폭염으로 취소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며 잔여 시즌 일정에 비상이 걸렸다.
KBO는 1일과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릴 예정이던 NC 다이노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창원 지역에 발령된 '폭염중대경보'로 인해 취소됐다고 밝혔다. 앞서 KBO는 한여름 무더위를 피하고자 주말 경기 시작 시간을 오후 2시에서 6시로 늦추는 조치를 취했으나, 낮 동안 달궈진 열기가 고스란히 열대야로 이어지는 가마솥더위 앞에서는 이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폭염에 타격을 입은 것은 창원뿐만이 아니다.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롯데 자이언츠와 삼성 라이온즈의 1일 경기가 찜통더위로 취소된 데 이어, 2일 경기는 폭염 여파로 경기 시작이 30분 지연되는 촌극이 빚어졌다.
현장에 쏟아지는 폭염의 위협… "가이드라인도, 현장 공감도 없다" 불만 폭발
현장에서는 폭염에 대한 우려를 넘어 KBO의 오락가락하는 대처를 향한 불만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최근 2군(퓨처스리그) 경기가 먼저 폭염으로 줄취소되자, 이호준 NC 감독은 "2군은 (폭염에) 하면 안 되고 1군은 되나"라며 1군 선수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 짙은 아쉬움을 토로한 바 있다.
폭염 속에서 지연 끝에 경기가 강행된 2일 부산 현장에서도 사령탑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KBO의 결정에 대해 "현장과의 공감이 부족하다"며 무더위 속 경기 속행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적장인 삼성 박진만 감독 역시 "어제(1일)는 취소되고 오늘(2일)은 지연 시작하는 것에 대해 정확한 기준이나 가이드라인이 없다"며 일관성 없는 행정에 일침을 가했다.
감독들의 우려는 이미 그라운드 위에서 현실이 되고 있다. 폭염의 여파가 선수들의 건강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7월 31일 경기에서는 롯데 자이언츠의 손성빈이 경기 도중 온열질환 증세를 겪으며 급히 교체되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엇갈린 팬심, 그리고 잔여 시즌의 최대 변수
폭염으로 인한 파행 운영을 두고 팬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무더위 속에서 자칫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선수단과 관중을 모두 보호하기 위해 취소가 옳은 결정"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반면, 일찍부터 먼 길을 나선 원정 팬들은 경기장 인근에서 오도 가도 못하는 난처한 상황에 처하며 "현장 상황을 고려한 조금 더 빠르고 명확한 결정이 필요했다"라며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여름 레이스에 접어든 KBO리그는 긴 장마에 이어 폭염이라는 또 다른 암초를 만났다. 팀당 50경기 남짓 남겨두고 치열한 순위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연일 이어지는 무더위와 모호한 경기 취소 규정이 향후 빡빡해질 잔여 경기 일정에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야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 = 수원KT위즈파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