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전문가들이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ADC 2026 건설부동산 포럼’에서 주택공급 병목 해소를 위한 정책 과제를 제시했다. 이들은 신규 인허가 물량 확대뿐 아니라 기존 인허가 주택의 착공과 준공이 차질 없이 이루어지도록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건설산업연구원 집계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 규제지역 내에는 약 30만 가구가 착공되지 않은 상태로 쌓여 있다. 이 중 2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물량은 16만6000여 가구로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 물량이 이미 상당한 행정절차와 사업 준비를 마친 공급 후보군이지만, 공사비 상승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자금 조달), 분양성 저하 등 복합적인 문제로 착공이 미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존 인허가 물량의 착공 활성화가 신규 인허가 확대와 함께 공급 능력 확보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해외 사례로 아일랜드와 독일의 ‘사업성 보정 및 수요금융 결합형’ 정책이 소개됐다. 김 연구위원은 착공 지연이 단순한 금융 문제에 그치지 않고 사업성 차이, 분양 위험, 행정 절차 지연, 기반시설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면서, 기존 PF 보증이나 매입확약 중심 지원을 넘어서 사업장별 원인 진단과 맞춤형 대책을 결합한 ‘착공 전환 패키지’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 권혁삼 주택연구팀장은 도심 내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공공정비사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건설환경 변화가 공공정비사업 추진에 제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하며, 민간 개발이 어려운 지역에서 공공정비사업 추진을 위해 규제 완화와 지원 확대를 제안했다. 구체적으로는 정비계획과 사업계획을 통합 수립하고 의무임대 기준을 완화하는 등 민간사업과 차별화하는 방안, 사업성 취약 지역에 대한 기부채납제도 탄력 운영, 조합 설립 절차를 거치지 않는 공공 단독 시행 제도화, 기반시설 기부채납 범위 확대, 프로젝트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 등 금융기법을 활용한 사업 방식 다각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권 팀장은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라 자금 여력이 부족한 고령자와 은퇴자가 증가하는 점을 들어 지분형 주택과 지분 적립형 분양주택 공급 확대를 위한 제도 보완과 금융기법 도입, 법인세 등 세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하반기 부동산시장 전망에서 서울 한강벨트의 고가 아파트가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이 상승세가 수도권 15억원 이하 아파트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전세난과 재개발·재건축 기대감이 비아파트 시장 일부 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봤다. 반면 지방 부동산 시장은 본격적인 회복까지 1~2년가량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 소장은 수도권과 지방 간 수요 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과거처럼 지역과 상품을 가리지 않는 ‘묻지마 투자’는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또한 최근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어 주택 구매자의 이자 부담과 투자 심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분간 주택 보유자들은 ‘똘똘한 한 채’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봤다. 1주택자는 상급지로 갈아타는 경우를 제외하면 급격한 매도나 다주택자 증가 없이 현상 유지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진단했다.
김인만 소장은 "집값은 대외적인 충격이나 불확실성 이외에는 떨어질 일이 없고, 현실적으로 상승하는 수도권 주택가격 추세를 인정해야 하는 단계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이번 포럼에서 제시된 정책과 시장 진단은 수도권 주택 공급 병목 해소와 공공정비사업 활성화, 금융지원 강화 등이 향후 부동산시장의 안정과 공급 확대에 중요한 방향임을 시사한다. 특히 수도권 내 미착공 주택 물량이 상당한 상황에서 착공 촉진과 맞춤형 지원책 마련이 공급 확대의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어, 지역 경제와 주거 안정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