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박동명] 공공시설 운영, ‘적자 구조’를 언제까지 방치할 것인가

철저한 경영평가와 경영합리화가 해답이다

▲박동명/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 ⓒ한국공공정책신문

 [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편집자 주]

공공시설은 주민 복리 증진을 위한 중요한 기반시설이지만, 운영 적자가 누적될 경우 지방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칼럼은 지방자치단체 출자·출연기관 및 지방공기업 경영평가를 수행해 온 박동명 법학박사(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가 공공시설 운영의 현실을 진단하고, 공공성과 경영효율성의 균형을 위한 개선 방향을 제시한 글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문화시설, 체육시설, 복지시설, 관광시설 등 각종 공공시설의 만성적 적자가 지방재정의 지속적인 부담 요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상당수 공공시설은 낮은 이용률과 높은 유지관리비, 불분명한 운영 책임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다. 시설을 건립할 때는 지역의 새로운 명소이자 주민복지의 상징으로 소개되지만, 시간이 지나면 운영 적자를 보전하기 위해 매년 상당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 문제를 단순히 “공공시설은 원래 적자가 나는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된다. 공공시설은 주민의 문화 향유권을 보장하고, 체육·복지·교육 서비스를 제공하며, 지역 간 생활격차를 완화하는 중요한 사회적 기반이다. 이러한 공익적 기능은 시장의 수익성 기준만으로 평가할 수 없다. 일정한 재정 지원이 불가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공공성이 비효율까지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공시설의 적자에는 필요한 적자가 있고, 관리와 개선이 필요한 적자가 있다. 주민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공공적 투자로 보아야 한다. 반면 이용 수요를 충분히 예측하지 못하고, 유사시설을 중복 건립하며, 책임 있는 운영전략도 없이 손실이 반복된다면 경영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의 뿌리는 오랫동안 지속된 ‘건립 중심 행정’에 있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임기 안에 눈에 보이는 성과를 제시하려는 압박을 받는다. 대규모 공연장, 체육관, 박물관, 전시관, 관광시설은 착공식과 준공식을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기 쉽다. 반면 시설의 장기 운영계획, 수요 분석, 인력 배치, 콘텐츠 확보, 유지관리 재원은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받는 경우가 있다.


그 결과 “짓는 사람 따로, 운영하는 사람 따로, 적자를 부담하는 주민 따로”라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건립 당시에는 낙관적인 수요 예측이 제시되지만, 준공 이후 실제 이용객은 예상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운영비는 매년 증가하고, 시설은 노후화되며, 적자는 일반회계에서 반복적으로 보전된다. 공공시설이 주민 편익을 창출하는 자산이 아니라 지속적인 재정 부담 요인으로 변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다.


이제 행정의 질문도 바뀌어야 한다. “무엇을 새로 지을 것인가”보다 “누가, 어떻게, 얼마의 비용으로, 얼마나 오래 운영할 것인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건립비보다 장기 운영비와 유지관리비가 더 큰 부담이 될 수 있는 시대이다. 시설의 생애주기 전체를 고려하지 않은 사업 결정은 미래 세대에 재정 부담을 넘기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해법은 철저한 경영평가와 경영합리화에 있다.


첫째, 시설 건립 이전 단계에서 수요 예측과 재정영향 분석을 강화해야 한다. 인구 감소, 고령화, 생활권 변화, 인근 유사시설의 존재, 교통 접근성, 예상 이용자 수, 운영수지 등을 객관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외부 용역기관이 발주기관의 기대에 맞추어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을 제시하지 않도록 검증 절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타당성 조사는 사업 추진을 정당화하는 통과의례가 아니라, 사업의 필요성과 지속가능성을 검증하는 실질적인 통제장치가 되어야 한다.


둘째, 공공시설별로 공공성과 효율성을 함께 측정할 수 있는 성과지표를 마련해야 한다. 단순한 수입과 지출의 비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용률, 주민 접근성, 취약계층 이용 정도, 프로그램 만족도, 시설 가동률, 인건비 비중, 단위 이용자당 운영비, 지역경제 파급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공공성을 이유로 적자를 인정하더라도 그 재정 투입이 어떤 주민에게 어떤 편익을 제공했는지는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평가 결과가 실제 경영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 지금까지의 평가는 보고서를 작성하고 개선 권고를 제시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평가 결과에 따라 예산 배분, 조직 개편, 운영방식 변경, 관리자 책임 등이 연계되어야 한다. 성과가 낮은데도 같은 조직과 같은 방식, 같은 예산이 반복된다면 경영평가의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넷째, 이용률이 현저히 낮거나 기능이 중복된 시설은 합리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통폐합, 기능 전환, 공동 운영, 민간위탁, 주민조직 위탁, 복합화 등 다양한 대안을 검토할 수 있다.


민간위탁은 전문성과 운영 효율을 높이고 민간의 창의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전문 인력과 콘텐츠가 필요한 문화·체육·관광시설에서는 민간의 경험과 역량을 활용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만 민간위탁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수단은 아니다. 수익성만 강조한 위탁은 서비스 질 저하와 요금 인상, 공공성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위탁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운영 목표, 성과기준, 책임관계, 감독체계를 명확히 하는 일이다.


다섯째, 유휴시간과 유휴공간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낮 시간대에 비어 있는 체육시설, 주말에 활용되지 않는 교육시설, 전시가 없는 문화공간을 지역 주민, 청년 창업가, 사회적경제 조직, 문화예술단체에 개방할 수 있다. 한 시설을 한 가지 목적으로만 사용하는 경직된 운영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공공시설을 복합적 생활공간으로 전환하면 이용률을 높이고 운영비 부담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지방의회의 역할이 중요하다. 지방의회는 공공시설의 건립과 운영을 통제할 수 있는 핵심 기관이다. 예산안 심사, 결산 심사, 행정사무감사,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사, 출자·출연기관 설립 및 운영 관련 동의 등의 권한을 활용하면 건립 단계부터 운영 단계까지 전 과정을 점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방의회가 집행기관의 건립 계획을 사실상 추인하고, 시설이 적자에 빠진 뒤에야 운영 부실을 지적한다면 책임 있는 통제라고 보기 어렵다. 지방의회는 사업비 총액만 볼 것이 아니라 향후 10년 또는 20년 동안 발생할 운영비와 보수비, 인건비까지 살펴야 한다. 건립 타당성, 예상 이용률, 유사시설 중복 여부, 운영주체, 운영수지, 적자 보전계획을 구체적으로 묻고 검증해야 한다.


지방의회의 행정사무감사도 달라져야 한다. “적자가 얼마인가”를 묻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왜 적자가 발생했는지, 공공적 성과는 무엇인지, 개선계획은 실행되었는지, 비슷한 시설과 비교해 운영 효율이 어느 수준인지까지 분석해야 한다. 사후 비판보다 사전 예방이 중요하다. ‘선 건립, 후 고민’식 행정을 막는 것이 지방의회의 중요한 재정통제 기능이다.


공공시설의 경영합리화는 단순한 비용 절감이 아니다. 무조건 인력을 줄이고 프로그램을 축소하는 방식은 주민서비스를 약화시킬 수 있다. 진정한 경영합리화란 같은 재원으로 더 많은 주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불필요한 비용은 줄이되 공공적 편익은 높이는 방향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별로 공공시설 통합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시설별 수입과 지출, 이용률, 인력, 보수비, 성과지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마련하고, 매년 경영성과를 주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시설 운영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때 행정의 책임성이 높아지고 주민의 감시도 가능해진다.


경영평가의 독립성도 확보해야 한다. 시설 운영부서가 스스로 평가하고 스스로 양호 판정을 내리는 방식으로는 충분한 신뢰를 얻기 어렵다. 외부 전문가와 주민대표, 지방의회가 참여하는 평가체계를 마련하고 평가 기준과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성과가 우수한 시설에는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반복적으로 부진한 시설에는 경영개선계획의 제출과 운영방식의 재검토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


성공 사례를 확산하는 노력도 중요하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유휴공간을 재배치하고, 주민 수요에 맞는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운영시간을 조정해 이용률을 높였다. 여러 시설의 예약·홍보·회계업무를 통합해 관리비를 절감한 사례도 있다. 지역축제, 문화예술, 관광, 평생교육과 시설 운영을 연계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한 경우도 주목할 만하다.


중요한 것은 흑자 자체가 아니다. 공공시설의 목적은 기업처럼 이윤을 극대화하는 데 있지 않다. 다만 재정 투입에 상응하는 공공적 성과를 창출하고, 불필요한 낭비를 줄이며, 지속가능하게 운영되어야 한다. 적자 여부만으로 시설의 존폐를 결정해서도 안 되지만, 공공성을 이유로 모든 적자를 무조건 용인해서도 안 된다.


앞으로도 선거 때마다 대형 문화·체육·관광시설 공약이 제시될 가능성이 크다. 후보자와 지방자치단체는 건립비 확보만 강조할 것이 아니라 운영비 부담과 장기 관리계획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주민 역시 화려한 건물보다 실제로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따져 보아야 한다. 새로운 시설을 짓는 것보다 기존 시설을 제대로 운영하는 것이 더 큰 행정 성과일 수 있다.


공공시설은 성과 중심 행정의 상징물이 아니라 주민 모두의 자산이어야 한다. 건립 당시의 박수보다 수십 년 동안의 지속가능한 운영이 더 중요하다. 이용자가 적고 서비스 품질이 낮으며 적자만 누적되는 시설은 주민의 자산이 아니라 재정 부담으로 전락할 수 있다.


이제 지방자치단체는 건립 중심 행정에서 운영 중심 행정으로 전환해야 한다. 공공성을 지키되 비효율은 줄이고, 철저한 경영평가를 통해 책임 있는 운영체계를 확립해야 한다. 지방의회도 예산 통제와 행정사무감사를 통해 이를 적극적으로 견인해야 한다.

공공시설의 적자는 운명이 아니다. 정확한 진단과 책임 있는 경영, 투명한 평가가 이루어진다면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건물을 짓겠다는 약속만이 아니라, 이미 조성된 시설을 주민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자산으로 되살리겠다는 행정의 결단이다.


박동명

▷법학박사, 한국공공정책평가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저서> 「지방의회 운영실무」 (2026년), 「조례 입법 및 실전 심사」 등 다수



작성 2026.07.20 22:55 수정 2026.07.20 2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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