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공정책신문=김유리 기자] 민주주의는 선거로 완성된다. 그리고 선거는 국민의 참정권 위에서 작동한다. 따라서 참정권이 흔들리는 순간, 흔들리는 것은 단순한 선거 절차가 아니라 민주주의 그 자체이다.
최근 선거 과정에서 일부 투표소의 운영 혼선과 투표용지 관리 문제, 투표 절차에 대한 논란이 제기되면서 국민적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선거 결과와 별개로 중요한 것은 유권자가 자신의 한 표가 온전히 행사되었다고 믿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선거는 결과만 공정하면 되는 절차가 아니다. 유권자가 투표소에 들어가 투표용지를 받고 기표한 뒤 투표함에 넣고, 그 투표가 안전하게 보관·운반·개표되는 전 과정이 신뢰를 받아야 한다. 어느 한 단계라도 의심을 받는다면 선거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 사안은 단순한 행정착오나 실무 실수로만 볼 수 없다. 국민의 기본권인 참정권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보다 객관적이고 공개적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선거관리위원회가 자체 조사와 개선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당연한 조치이다. 그러나 국민이 원하는 것은 내부 설명만이 아니다. 무엇이 문제였고, 왜 그런 문제가 발생했으며, 앞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국정조사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수단이다. 국정조사의 목적은 특정 기관이나 특정인을 공격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되었거나 침해될 우려가 있는 사안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제도 개선 방향을 마련하는 데 있다.
다만 국정조사가 정치 공방의 장으로 변질되어서는 안 된다. 책임 소재를 규명하되 개인에 대한 비난에 머물지 말고, 구조적 원인을 찾아내야 한다. 어느 부서의 실수였는지를 넘어 인력 운영, 예산 배분, 업무 매뉴얼, 정보시스템, 교육 체계에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밝혀야 한다.
특히 이번 기회에 선거관리 시스템 전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첫째, 선거관리위원회의 독립성과 책임성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 독립성은 민주주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지만, 책임성 없는 독립성은 국민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둘째, 투표용지 관리와 투표소 운영 시스템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예상 투표율에 따른 물량 산정, 비상 상황 대응 체계, 투표함 관리 절차 등을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셋째, 선거관리 인력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 선거는 단순한 행정업무가 아니라 민주주의를 지키는 헌정 업무이다. 체계적인 교육과 경험 축적이 가능하도록 인사와 교육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넷째, 시민 참여와 공개 검증을 확대해야 한다. 선거에 대한 신뢰는 기관이 스스로 선언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확인할 수 있을 때 비로소 형성된다.
중요한 것은 특정 정당의 유불리가 아니다. 어느 정당이 이익을 보았느냐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이 제대로 보장되었느냐가 핵심이다. 진영 논리로 접근하면 문제의 본질은 사라지고 정치적 갈등만 남게 된다.
참정권은 민주공화국의 심장이다. 심장이 한 번이라도 멈칫했다면 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다.
이번 논란이 단순한 정치적 공방으로 끝나지 않고, 선거제도와 선거관리 시스템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국민이 안심하고 투표할 수 있는 나라, 한 표의 가치가 끝까지 존중받는 나라가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법학박사, 선진사회정책연구원 원장
▷한국정책연구원 원장
▷(사)한국공공정책학회 부회장, 상임이사
▷(전)국민대학교 행정대학원 외래교수
▷(전)서울특별시의회 전문위원
